말과 글, 글과 말

담배 유감 (1)

써니케이 2006. 10. 5. 21:15

모 여자대학의 교수님과 저녁을 함께 할 때의 이야기다.

그 자리에는 그 분을 포함하여 몇 분이 더 있었다.

식사 자리에서 담배를 꺼내면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담배에 관한 한두 가지의 에피소드를 말씀하여 겸연쩍음을 달래려 하는 것 같았다.

그 분의 얘기의 결론은 '담배가 마누라보다 낫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아무리 담배를 좋아하기로 부인과 비교하는 것은 좀 지나치다 싶었다.

요즘은 사회적으로 담배 피우는 사람에 대해 그리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 분위기 탓인지 가끔씩 "아직도 담배를 못 끊으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한단다.

기독교계 대학에서 교편 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런 소리를 피할 길은 없을 듯 싶었다.

이런 때마다 이 교수님은 이런 대답을 준비해 놓고 있다 한다.

"아직도 먼저 부인과 살고 계십니까?"

좌중에선 한 바탕의 폭소가 터졌다.

그 교수님의 담배에 관한 애착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재치있게 표현하신 것이다.

이 분은 말을 이어갔다. 자신이 집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지를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집에서 자신이 담배 피우는 것을 반기지 않고 있으며 몇 년 전 쯤에 아예 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

제법 골초처럼 보이는 분인데 어찌 집에서 그걸 눈치 채지 못했을까 싶었다.

이 교수님은 자신의 경험을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

이 분은 집에 들어갈 때면, 미리 일정 시간 전부터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옷에 있는 담배를 꺼내어 차에다 두고 가며, 상의를 벗어서 탈탈 털고,

마지막으로는 입에서도 냄새가 나지 않도록 가글까지 한다는 것이다.

처절한 노력이 눈에 선했다.

나는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인이든 담배든 한 가지만 선택하시지요!"

좌중에선 다시 한번 폭소가 터졌고, 이 교수님도 멋쩍게 웃음을 지으셨다.

물론 앞서 '담배라면 아내라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호언을 하시던 이 분의 표정에서 '허를 찔렸다'는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나는 저녁 때 자주 집 가까이에 있는 율동공원을 산책한다.

그리고 산책길까지 담배를 들고 나오는 분들을 가끔 만난다.

특히 젊은 연인들 가운데, 한쪽(거의가 남자 편이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면 동행자에게 다가가서 말리고 싶은 심정이 든다.

일생을 함께 하는 것을 재고해 보라고 말이다.

직접 얘기하면 서로 얼굴을 붉힐 수도 있으므로 그리고 당사자에게는 이렇게 하고 싶어진다.

노란 딱지에 담배를 안 피우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산책로에는 담배를 가져오지 마시라고 적어서 내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아내도 담배를 태생적으로 싫어하지만 공연히 말썽이 생기는 것을 염려하여 나더러 그러지 말라고 한다.

그럴 때엔, 담배가 정말 싫지만 아내의 뜻을 좇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