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미국에서 보낸 편지- 이렇게 교육합니다

써니케이 2006. 9. 7. 21:07

다음은 제가 미국에 있을 때(2000-2001)

한국에 있는 친구(고등학교 교사)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미국의 학교 교육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그런 느낌을 편지로 적어 보낸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교육의 현장을 보면서 너무나 아쉬운 점이 많아서

사적인 편지이지만 미국 학교 교육의 모습을 엿보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여기에 올립니다.

 

그간 안녕하신지요?

탁이, 찬이 그리고 아이들 엄마도 건강하게 잘 지내겠지요?

저희는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부터 오늘(목요일) 새벽까지 멀리 텍사스의 달라스에 다녀왔습니다.

와! 왕복 2800마일(4천 킬로가 넘지요?)을 직접 운전하고 다녀왔습니다.

너무 넓은 땅, 너무 잘 가꾼 국토...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달라스의 이연길 목사님 큰아들 결혼식에 참여했어요.

 

이곳의 교육에 대해서는 참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름이는 지금 7학년에 다니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학급 개념이 아니라 팀 개념으로 학생들을 구성하고,

수학에 대해서는 능력별로 반편성을 하고 있습니다.

능력별이라기 보다는, 수학1, 수학2, 대수학, 기하학 등으로 나뉘어 있고,

자기가 선택해서 들으면 됩니다.

이중 대수학이나 기하학은 대학 입학 때 점수를 보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이수하면 되는데,

능력이 있으면 7학년 때에도 다 마칠 수가 있는 것이죠.

 

각 팀에는 선생님 두 분이 과목들을 나누어 가르칩니다.

예를 들면, 영어와 사회는 A선생님이, 과학과 수학은 B선생님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음악과 체육도 매일 한 시간씩 하게 되는데 각각 전담선생님이 계십니다.

여름이는 ESL 즉 외국인을 위한 영어 과목을 듣고 있고,

그것을 듣지 않으면 기타 과목(예를 들면 컴퓨터)을 더 신청할 수 있습니다.

 

여기 음악교육이 대단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밴드, 합창에 소속되어야 하고

(물론 음악에 소질이 없으면 대신 미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밴드나 합창도 단계별로 반편성이 되어 있습니다.

여름이는 클라리넷으로 밴드에 들어갔는데, 여기서는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점수하고 관계가 있으니까요.

지난번에는 이 지역(카운티)의 학교들이 밴드 페스티벌을 했는데,

여름이네 학교에서도 두 팀이 나갔고,

고등학교까지는 대체로 4단계의 밴드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주하는 것을 보니 제일 잘하는 밴드의 수준은 웬만한 음악대학 브라스밴드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학교 음악교육을 충실히 받으면

그 정도 수준에 이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지역 밴드는 미국에서 상위 100위 안에 든답니다. 잘 하는 셈이지요.)

 

중고등학교에서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평가를 하는 것 같습니다.

과목에 대해서 시험과 숙제 그리고 별도 점수 등이 있는데,

종합적으로 충실히 하면 좋은 점수를 받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을 만나 보니, 얼마나 재미있고 열정적인지 감동을 받았습니다.

물론 한 학급에 20명 미만이니 할 만 하지요.

과학이나 사회 숙제 중에는 프로젝트 숙제가 있어서,

2달 정도 시간을 주어 숙제를 하게 한 다음,

이것을 전시하여 부모님도 초청하고 잔치를 한답니다.(Science Fair는 유명합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는 학교의 시스템이나 교사들의 능력

그리고 학생들과 학부모의 요구 및 교육 여건 등이 잘 조화를 이루어

안정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각 지역(카운티)의 교육청에서 결정하는 대로 한답니다.

우리처럼 교육부가 쥐고 흔드는 것이 아니죠.

그리고 교사의 재량권도 얼마나 큰지,

한국처럼 교육과정을 획일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자기 마음대로 정한다고 해요.

그리고 과목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과목이지만 상호 연관을 가지고 하며,

문제 해결 중심으로 철저히 교육을 시킨답니다.

특히 과학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 공부하는 수준이 대학의 교양교육 수준입니다.

지금은 DNA에 대해서 배우고 있고 그것을 상당히 심도 있게 배운답니다.

 

수학은 한국보다 수준이 낮다고 흔히들 그러는데,

이곳의 교육은 생각해 볼 점이 많습니다.

숫자를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라, 문장으로 서술하는 것이 특색이 있고,

이런 점에서 수학이 언어와 다름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어느 회사에서 전단지를 인쇄하려고 두 인쇄소에 견적을 의뢰했더니

한 회사는 어떻고, 다른 회사는 어떻더라.

그러면 두 인쇄소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좋겠는가? 하는 식입니다.

아이들이 계산기를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안 가지고 다니면 벌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실생활과 연결되는 수학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상위 교육과정에서는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이런 점에서 작문 교육이 모든 과목의 기초처럼 활용되고 있습니다.

 

여름이나 아람이는 비교적 이곳 교육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역시 배울점이 많습니다.

제가 일주일에 한번씩 초등학교에 자원봉사를 하는데,

아람이 담임선생님이 아람이의 교육에 신경을 쓰시는 것을 보면 너무 고마울 정도입니다.

 

이번에 김 목사님이 이 목사님 세미나와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셨기 때문에

제가 미국 생활을 비디오로 간단히 녹화해서 우리 부모님께 전달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비디오를 보시면 교육 현장을 다소나마 간접 체험할 수 있으실 겁니다.

김 목사님과 한번 연락하셔서, 비디오를 저희 집에서 보시지요.

제 전화번호는 집사님 알고 계시는 대로입니다.

540-951-1994 (집) 540-231-3046 (연구실)

email: kimbs@vt.edu

 

그럼 내내 안녕히 계시길 기도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버지니아에서 김병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