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69

멀리서 문안합니다

남성국민학교 동창회 회원 여러분, 그 동안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 해 말에 한국을 떠나 지금 중부 유럽의 헝가리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근무처(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안식년을 받아 이곳 대학에 와서 연구하고 강의하며 지냅니다. 1년 동안 파견되었기 때문에 올 연말이면 한국에 돌아가게 됩니다. 제가 있는 곳은 헝가리에서도 남쪽에 있는 페치(Pecs)라는 대학도시입니다. 이곳에는 아직 한국학을 공부하는 전공은 없으나, 한국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헝가리는 유럽에서도 독특하게 우랄어 계통으로서 알타이어인 우리말과는 사촌쯤 되는 언어를 쓰고 있습니다. 체구나 골격은 이미 유럽권 사람과 다를 바 없지만 정서나 문화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은 곳입니다. ..

여행 이야기 2012.09.27

회식과 외식

페치의 밤문화는 가족 문화다. 오후 여섯시에서 여덟시 사이에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는다. 겨우 맥주집 몇 곳이 문을 열고 있을 뿐이다. 이 시간에 저녁 산책을 하다 보면 대체 이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싶은 경우가 많다. 가끔씩 동네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창틈으로 불빛이 스며 나오는 것을 볼 수 없다면 "오스만 터키가 또 쳐들어 왔나? 그래서 피난들 갔나?" 이런 생각이 자꾸만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거리에 사람 그림자가 이렇게나 보이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모두 그 시간에 집에 있단다. 정말 궁금해서 나에게 한국말을 배우는 안나에게 물어보니 그 시간에 그들은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고, 그리고 책을 본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이상적인 가정인가? 특히 한..

여행 이야기 2012.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