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길 원하는 글들 33

오븐의 마법사 -전자레인지가 굳어버린 사랑도 되살려 드립니다-

오븐의 마법사 ―전자레인지가 굳어버린 사랑도 되살려 드립니다― 김병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혹 굳어 있지 않나요? 불같이 타올랐던 한때의 열정이 이제는 식어가고 있지 않나요? 아니,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고 그냥 미지근한 그대로인가요? 그것도 아니라면 빙하기의 어느 날 온..

어머니가 없는 아침

어머니가 없는 아침 김병선 사흘의 피로에 절어서 초저녁부터 널브러졌다. 밤엔 꿈도 꾸지 않았다. 아니 꾸었는지도 모르지만 꿈이 기억될 공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어머니 덕분에 오래 전 소꼽친구도 만났고, 서먹했던 동료와도 인사했고, 외가 식구들은 모처럼의 해후에 수다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하늘로 가셨다. 오로지 몇 줌의 가벼운 먼지와 까맣게 변해 버린 틀니의 금속 부분과 왼쪽 다리를 지탱해 주던 티타늄 쇳조각만 남았다. 그것들은 당분간은 지상에 있겠지만 어머니에게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결코 어머니는 아니다. 어머니는 안 계신다, 이 지상에만……. 사흘 전부터 나에게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애자(哀子)! 육 년 몇 개월 전에 얻었던 고자(孤子)의 별칭과 함께 나는 고애자(孤哀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