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유럽 체험기(1)- 공짜로 타는 버스와 전철

써니케이 2006. 12. 25. 19:29

이번 유럽 여행에서 특기할 만한 일은,

대중교통의 운영 방식이었습니다.

기차나 버스, 전철을 타고 여행을 많이 했는데요,

승차권을 끊기는 하되, 그것을 검사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입니다.

가령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별적으로 관광을 하는(거주자도 동일합니다.)

사람이라면 일일 승차권(5불) 혹은 삼일 승차권(12불)을 사게 됩니다.

그리고 최초로 사용하기 직전에 소위 '개찰'이라는 절차를 밟는 것으로

탑승자의 의무를 다 하게 됩니다.

'개찰'이란, 단지 승차대나 버스 안에 설치된 작은 기계에

승차권을 살짝 스쳐주는 일입니다. 이로써 그 순간부터 이 승차권이 유효하게 됩니다.

물론 당연히 유효기간도 자동적으로 정해지게 되는 셈입니다.

그 이후에는 그냥 소지만 하고 있을 뿐,

차에 탈 때나 내릴 때에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기계를 통해 처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작년 2월에 그리스에 갔을 때에도 아테네에서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번 여행을 통해서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에서도

그러한 운영 방식을 동일하게 채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대중 교통 시스템에 익숙해 있는 나는,

(일본과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자꾸만 운전 기사의 눈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운전 기사가 혹시나 '저 동양인이 공짜로 타지 않나?'하는 의심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승차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운전 기사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요금을 받을 일도, 거슬러 줄 일도, 승차권을 확인할 일도 없기 때문에

그는 오로지 안전 운전에만 신경을 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하철역, 전철역, 기차역에도 개찰이나 표를 받는 사람과 시설이 전혀 없이

개방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습니다.

(유레일 기차에서는 한번씩 차장이 차표 검사를 하긴 합니다.)

결국 그런 쪽의 인건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대중교통 요금도 저렴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면 몰래 공짜로 타는 사람은 없을까요?

사람 사는 곳에 그런 사람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힘들죠.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운영체계의 바탕에 깔린 정신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금전적 수입 부분에 차질이 빚어진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을 봅니다.

어쩌다가 차표 검사를 실시해서 부당하게 승차를 한 사람을 찾아낸다면

그 사람에게 엄청난 벌과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아예 부정 승차의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결국, 사람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승객들이 모두 표를 정확하게 구매했을 것이라고 믿고,

승객들은 자신들이 내는 요금이 아주 적정하게 매겨진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그렇게 믿는다 하여도,

신뢰사회가 아주 잘 구축되어 있다고 하여도,

어쩌면 공영제로 운영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는 도입하기 힘든 운영방식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