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한 것이 좋을까, 거칠거칠한 것이 좋을까?
경우에 따라서, 물건에 따라서 다른 대답이 나올 것이다.
가래떡이 매끈하여 떡국의 재료로 최고이지만,
쑥을 거칠게 넣어서 손으로 주물러 만든 개떡의 고소함도 무시 못한다.
사람의 경우라면 어떨까?
나 자신을 스스로 판단해 볼 때,
그리 매끈하지도, 그렇다고 거칠거칠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사람이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계속 도시에서 살아왔지만,
농촌 출신의 부모를 모시면서 나름대로 풀냄새도 맡아보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매끈한 사람 쪽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가급적이면 도회적이고, 세련된 외모를 나타내려 하고,
원래 사투리에 익숙치는 않지만,
그 잔재조차 버리려 한다.
전에는 글도 좀 거칠었는데, 이제는 기름기가 조금씩 도는 느낌이다.
그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편안하게 받아주길 바라고 있다.
'사람 좋다'는 평도 듣고 싶고, '수더분하면서도 멋지다'란 칭찬도 원한다.
아주 매끈한 사람을 보면 웬지 그냥 싫다.
그러한 매끈한 사람을 가리켜 어떤 은퇴 교수는
"꼭 기름독에 빠졌다가 헤어나온 생쥐"같다는 표현을 쓰신 적이 있다.
매끈한 사람이 노는 태도조차 미끈미끈했기에
일종의 비양거리는 어투로 말씀하신 것이다.
한편 거칠거칠한 사람도 욕을 먹기는 한다.
때론 매너를 지적받기도 하고, 때론 표현의 어눌함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하기 때문이다.
매끈해야 하는가, 거칠거칠해야 하는가?
그 해답은 한 그루 소나무에 있다고 본다.
줄기와 가지의 거칠거칠함에도 불구하고,
소나무는 그 특유의 몸자세로써 세인들의 주목을 받는다.
만일 소나무의 표면이 배롱나무처럼 매끈하거나,
몸짓의 모양이 백양목처럼 훤칠하다면
그 가치를 잃을 것이다.
글을 쓸 때는 비록 표현은 서툴더라도
그 글 속에 진실을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원래 거칠거칠했다면 그냥 계속 거칠거칠하기로 하자.
그러나 정말 멋진 포즈를 취해야 한다.
그것이 그 거칠거칠함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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