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글과 말

담배 유감 (2)

써니케이 2006. 10. 7. 19:54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피우지 않는 사람들의 불평과 푸념을 지나치다고 할지 모르겠다.

사실로 말하면, 경유를 사용하는 트럭의 매연보다 훨씬 적은 양의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데

어째서 트럭에다가는 푸념을 하지 않고 자신들에게만 뭐라고 하느냐고 말이다.

딴은 맞는 말이다.

그 말은 도로변에서는 100% 유효하다.

그러나 참 묘하게도 늘 콧병 때문에 별로 예민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운전하다 보면 저 서너 번째 앞의 차에서 풍겨 나오는 담배 냄새를 여지 없이 맡아 낸다.

그 매연과 먼지의 틈바구니에서도 내 차의 환기구를 통해서 들어오는 그 미량의 담배 냄새를 분간해 내는 것이다.

 

사실 내가 특별한 재주를 가진 것이 아니라 담배 연기가 정말 특별하다.

그 연기는 아파트 아래 층으로부터도 화장실의 환기구와 그 통로를 따라서 위층으로 거슬러온다.

사무실에서도 그렇다.

건물의 환기구가 충실한 전달 통로가 된다.

여름철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피울 경우에는 더 확실하다.

방금 담배를 피우고 엘리베이터를 탄 경우에도 사람은 내려도 냄새는 오래 남는다.

그 담배 연기의 아주 적은 미립자들이 피운 사람의 옷에 묻어 있다가 엘리베이터의 작은 공간에 확실하게 자리잡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모든 건물 안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사실상 그것이 휴지조각이 된 기관도 적지 않다.

큰 식당 같으면 흡연구역이 따로 지정되어 있지만 금연구역과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별 효용이 없다.

정말 딱한 것은 금연구역에서 피우는 것이다.

 

가장 큰 타격을 주는 것은 바로 화장실에서의 흡연이다.

과거에는 담배 꽁초가 남자용 소변기의 출구를 막아놓기도 해서 불편을 끼쳤지만, 그런 거 보다도 화장실의 독특한 냄새와 담배 냄새가 겹칠 때 생기는 유독 가스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막상 피우는 사람은 암모니아 냄새를 중화시키려 피우는 것인지는 모르나 그것은 치명적인 독이 될 뿐이다.

 

이제는 거의 모든 노선의 비행기에서 완전한 금연을 요구하고 있다.

공항 같은 데서 특별한 흡연구역 안에서 애연가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서 (이제 상당 기간 담배맛을 볼 수 없게 된다는 생각에) 담배를 뻑뻑 빨아 대는 장면을 보면 한편으로 애처럽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담배를 피울 만한 공간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흡연권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분들은 비흡연자의 이러한 하소연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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