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물 이야기

써니케이 2007. 7. 14. 22:23

한 마디로 말하면 '물이 안 좋다.'

무슨 나이트클럽 얘기가 아니라 내가 가본 유럽의 진짜 물 얘기다.

그리스도 그랬고, 독일도, 오스트리아도, 마침내는 영국도 그랬다.

그 중 영국이 좀 나은 편이었지만,

도무지 세수할 때 비누질이 소용 없었다.

그냥 비누만 문지를 뿐이고, 물만 닿으면 곧바로 벗겨진다.

그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에 포함되어 있는 이것저것 작은 물질들이 피부에 남는 느낌이 든다.

독일의 물은 그보다 더 나빴다.

호텔 방에서 생수를 준비하지 못했을 때에는

수도물을 받아서 마시기도 했지만,

그 물을 오래 동안 마신다면 몸에 석회석이 축적될 것이라고

경험 있는 사람들이 알려 주었다.

지하수가 통과하는 물길이 온통 석회석의 지대이기 때문일 것이었다.

여러 날을 지내다 보면, 아무리 지성 피부를 자랑하는

나 같은 사람도 로션의 신세를 지지 않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우리에게 물은 음료수이면서, 세척의 매체이기도 하다.

우리 집에서는 연수기라는 것을 달아서

몸을 씻는 일에 그 부드러움을 만끽하고 있고,

간이 정수기가 있어서 필터를 거쳐 나온 깨끗한 물을 마시고 있지만,

그게 없더라도 우리의 수도물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확실히 우리나라의 물은 좋다.

일본 물도 괜찮지만, 가까이 있는 중국의 물도 좋지 않다.

중국 물은 원래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닌데다,

물을 관리하는 기술과 장비가 낡아서 그런지 별로 좋지 않았다.

한 동안은 수도물에 무슨 약품을 타서 보낸 적이 있다는데,

그 물을 마시고 자란 아이들의 이가 새카맣게 변색되기도 했었다.

1994년에 처음 연변에 갔을 때, 호텔방의 욕조로 쏟아지던

새카만 목욕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나는 한동안 그걸 '콜라'라고 표현했고,

그 다음 해의 뻘건 목욕물을 '환타'라 불렀으며,

이제는 그 물들이 '사이다'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상수도를 관리하는 기관에서는 수도물을 마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가정이 정수기 물을 마시고 살고 있다.

수도물을 믿지 못하는 데에는 정수기 업체의 상술도 개입되어 있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물이 좋은 곳에서 살고 있다.

누구 덕인지는 몰라도 그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