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글과 말

안(安)의 선택은?

써니케이 2020. 2. 28. 06:01

 

 

나는 그가 정치권에 기웃거릴 때부터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한동안 안철수 현상이 일었지만 그의 "생각"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그가 아름다운 양보를 했느니 마느니 할 때에도 그냥 무덤덤했다.

그가 토크콘서트라는 것으로 데뷔할 무렵에, 그 포스터나 무대 배경에 커다랗게 박혀 있던 몇 글자가 나의 생각과 태도를 고착시켜 버렸다. "세계적인 석학" 언감생심 아닌가? 그 포스터 앞에서 환하게 천진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바라보면서, 급기야 그를 한 사람의 위선자로 낙인을 찍어 버렸다. 논문 한두 편으로 어떻게 세계적인 석학이란 말을 쓸 수 있단 말인가?

그가 금배지를 달고 있을 때, 나도 국회를 출입할 기회가 있었다. 그가 교육과학위원회 활동을 할 때, 우리 학교는 그의 의정활동의 범위 안에 있었다. 어느 국정감사장의 장면에서 맞닥뜨린 그의 모습은 너무 초라했고, 그의 질문은 엉뚱했다. 당시 교육부와 관련된 이슈가 있었다. 모든 의원들이 그 문제에 매달렸다. 야당의 질문은 집요했고, 여당은 눈꼴 사나울 정도로 안간힘을 썼다.

그의 차례가 되었다. 모두는, 여고 야고, 언론이며 피감기관들이 그를 주목했다. 그의 첫마디는 이러한 긴장을 금세 해소해 버렸다. 별로 주목되지 않는 소소한 기관의 이름을 말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내용도 그저 그랬다. 질문도 성의가 없었다. 대충 자기의 시간을 마치고는 그나마 이석해 버리고 말았다.

그는 의원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걸로 알고 있다. 그가 발의한 법안 중에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원래 이런 식의 의정활동을 하는 사람은 대체로 대권후보들이다. 그들은 상임위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의회에서 또 다른 정치에 몰두해 있을 뿐이다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것도 대권에 대한 욕심이 컸던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새정치라는 것을 시작했으나 "해 아래 새것은 없다" 는 솔로몬의 잠언이 참임을 증명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게다가 뭐든지 시도를 할 때는 전심전력으로 꾸준히 해야 함에도, 그는 들랑날랑이라는 부사의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정치권의 문을 드나들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뛰게 되면 여러 차례의 고비를 맞게 된다. 좋은 성적은 페이스 유지에 달려 있다. 고비를 맞아 잠시 코스를 벗어나면 절대로 완주할 수도 없거니와, 실격 사유가 된다. 그는 완주능력이 있는 마라토너로서, 그 능력을 정치의 마라톤에서는 발휘하지 못했다.

그는 정치인이면서 사실은 교수처럼 행동했다. 독일이든 미국이든 그의 해외체류는 꼭 교수들의 안식년과 닮았다. 교수들의 안식년의 일정은 더러는 자녀교육과 연계되기도 한다. 그도 일부는 그에서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다. 안식년이 떳떳하지 않은 것은 클라이언트인 학생들에 대한 의무가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클라이언트는 국민이 아닌가? 탄압을 피해서 외유를 할 수밖에 없었던 거물 정치인의 흉내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이번에 정치의 계절이 오자, 그는 후조(候鳥)처럼 돌아왔다. 철새 말이다. 그리고 폭망 직전이다. 귀국일성은 총선불출마였다. 그 뒤에는 대선직행의 숨겨진 목소리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도무지 실현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그가 공격하던 정치계에 새사람들이 많이도 들어와 버렸다. 새정치라는 말은 전혀 효력이 없다. 정치는 세력인데 그는 사칙연산에서 빼기표만 긋고 있다.

판교에 있는 우리 집에서는 그의 이름이 붙어 있는 회사가 마주보인다. 늘 안타깝다. 바이러스 백신이라는 것은 늘 방어적인 것이라서 그 기술도 선진적인 것이 될 수가 없다. 평론가는 아무리 폼을 잡아도 창작가를 추월할 수가 없다. 창의력의 면에서 평론은 작품에 미치지 못한다. 4차산업이고 인공지능이고 5G 등에서 필요한 것은 여전히 창의력이다.

인근에 있는 엔씨소프트나 넥슨이나 네이버 등이 해외매출로 수입을 늘이고 있다. 한글과컴퓨터사도 워드프로세서만 개발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며 딥러닝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그여! 그의 회사로 돌아가시오. 그의 회사를 도약시키시오. 그러나, 다시 한번 그러나 정치에 대한 미련을 정 버리기 어렵다면, 불출마선언에서 "철수"하여 이번 총선에 출마하시오. 그리고 한국 IT산업의 메카라고 불리는, 매출이 부산광역시에 맞먹는다는 판교에서 출마하시오. 그리고 한국의 미래의 일부분을 감당해 보시오. 당신의 능력과 비전에 대한 판단에서 점수를 얻지 못한다면 그냥 조용히 퇴장하시오. 이번에 출마한다면 이것이 풀코스의 마지막 고비라고 여기시오. 그게 싫다면 그냥 이 코스에서 빠져나가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