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 경험은 말거리를 많이 만들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서의 부침(浮沈)은 쓸거리를 줄줄 쏟아냅니다.
정말 그런 경험들은 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아니, 최고봉에 오르는 것이나,
감각적으로 너무 멋진 체험을 하는 것들은
누구나 하고 싶은 것이지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은 아무도 좋아할 일이 없겠지요.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음악을 쓰는 사람에게도 역시
그 어떤 경험이든지, 아무리 나락에서 며칠을 보낸 경험이라 하여도
그에게는 축복이 됩니다.
슬프고 괴로운 삶의 과정에서
정말 눈물 흘리고, 마음 아파 하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가진다 하여도,
한편으로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비웃기도 하고, 자신만이 아닌 주변의 시각들을 냉정하게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러한 이율배반적인 태도, 마음의 추이와는 정녕 다른 쪽을 향하는,
펜의 놀림...
그것이 어쩌면 글 쓰는 사람에게 처해진 일종의 형벌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고통을 객관화하는 일은 정말 간단치 않은 일입니다.
글 쓰는 자는 온갖 짜증과 염증에 사로잡혀 있음에도
그는 그 글의 주인공에게 다른 삶을 부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 순간에
겪어 내기 정말 어려운 경험을 하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기뻐해야 합니다.
정말 멋진 글이 바로 가까이에 있기 때문입니다.
제발 글을 쓰십시오. 잊고 싶은 기억과 경험이라 해도
부디 그걸 글로 남기십시오.
그것이 당신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그냥 그 경험에 파묻히지 말고, 애써 잊어버리려는 포즈를 취하지 말고,
그걸 또박또박 글로 적어야 합니다.
길거나 짧거나, 어설프거나 세련되거나 관계가 없습니다.
아니 좀 길면 더 좋습니다.
거의 죽는 경험과 통한다는 출산의 고통이 없이
어찌 아이의 울음소리를 기대하겠습니까?
아이도 얻지 못하고, 고통만 있다면 그거는 정말 우스운 꼴입니다.
예수님의 그 처절한 고난이 기록으로 남지 않았다면
어쩌면 기독교란 종교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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