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살다가
어렵게 어렵게
선과 선을 이어가다가
그나마도 그게 끊어지는 때가 있다.
삶의 궤적이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지고
채워지는 궤짝이 있다.
걷다가 걷다가
힘들여 노력은 하지만
그 궤짝에 아무 것도 채우지 못한 채
넘어가는 수도 있다.
텅 비고,
채울 길 없는 공허가
호흡을 불안하게 하고,
영혼까지 흔들어 놓을 때가 있다.
삶의 여백이 필요하고도
소중한 것이라 해도
막상 그러한 공허에 처하면
우주라고 아무 소용이 없다.
술을 장부 깊숙이 들이부어도
채워지지 않는다.
담배 연기를 폐부 깊이
흠뻑 빨아 들여도 메워지지 않는다.
철학은 이미 무의미하고
종교도 가끔은 무력해진다.
그럴 때면
그냥 작은 음악을 기억하자.
거기 길지 않은 쉼표가 있음을
확인하자.
그렇다
아름다운 음악은
음표로 이루어지지는 못한다.
포르테가 필요할 때
쉼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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