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길 원하는 글들

조절 불능

써니케이 2007. 8. 27. 09:40

마흔이 되어서

멀리 가까이가

조절되지 않았다.

돋보기 신세를 진다.

 

쉰 언저리에

혈관의 압력이

조절되지 않았다.

아침마다 알약 두 개를 먹는다.

평생 먹는단다.

 

예순이 되면

당분 조절도 힘들 것이다.

아버지가 그랬었다.

인스턴트 커피에

감칠맛이 없는 감미료를

넣어야 할 게다.

 

일흔 무렵에

모든 호르몬 생성 장치가

일부 파업을 할 것이라

예고되어 있다.

피를 돌게 하는 펌프도

힘이 약해지리라.

 

그러다가,

그러다가

다소 늦게

혹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어느 순간에

체온도 조절되지 않으리라.

 

그러면

나는

한 마리 변온동물로 변신하여

오고오는 계절과 상관 없이

깊은 동면에

빠져들 것이다.

 

 

'시(詩)이길 원하는 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양을 바라보았습니다  (0) 2007.10.13
날씨 탓 하는 사람들아  (0) 2007.09.09
노래를 부르고 싶어라  (0) 2007.07.31
살다가 음악이 필요한 때  (0) 2007.07.19
두 글자로 마무리한 편지  (0) 2007.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