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길 원하는 글들

태양의 말씀

써니케이 2007. 10. 13. 22:33

오늘은 태양이

무겁게 드리운 구름의 커튼을 젖히고

매연의 작은 알맹이로 엮인

망사마저 걷어내고는

정확히 그의 모습을 드러낸 채

지상을 향해 말을 건넵니다.

 

그런데 그 말씨가 좀 따갑습니다.

말씀의 내용도 듣기가 거북합니다.

대체로 야단합니다.

사람들은 도저히 눈을 못 듭니다.

손바닥으로 마치 경례하듯이

얼굴을 가립니다.

그리고는 그늘로 그늘로

따가운 태양의 말씀을 회피합니다.

 

아침부터 열을 내던 태양은

스스로 머쓱해졌습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그의 여정 내내

사람들의 눈을 마주하고 싶어했으나

마구마구 말씀을 퍼부어 댔으나

여정을 마칠 무렵에

태양은

결국

붉은 피를 토하고 말았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다시 무슨 말을 준비하여

모습을 보일지,

또 다시 커튼을 걷고

유감 없이 말씀을 퍼부어 대실지,

자신의 말씀을 피하는

사람들에 실망하여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지

몹시도

궁금해집니다.

 

지난 9월말에 연변에서 며칠을 보냈습니다.

연변의 햇빛은 너무나도 깨끗하고 맑았습니다.

한국보다 공해가 적은 탓입니다.

기념 사진을 찍으면서 도저히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들 울상이거나, 아니면 아예 눈을 감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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