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길 원하는 글들

태양을 바라보았습니다

써니케이 2007. 10. 13. 10:40

어느 날엔가

나는 태양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것도 눈을 크게 뜨고요,

한동안 뚫어져라 응시했습니다.

 

순간

태양은 더 이상

태양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나안(裸眼)은

더 이상

조절의 능력을 상실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만 시력을 잃어버린 거지요.

 

바보 같은 짓이었습니다.

이제 나에게는

그 어떤 광원도 자극을 주지 못합니다.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아침이면 떠올라서

어딘가 자기의 길을 따라 열심히

움직이는 저 하늘의 태양이,

저녁이면

나를 더 외롭게 만들고

다음 날 아침을 기다리게 할 뿐입니다.

 

아--

나는 차라리 저 태양을 향해

달려가고만 싶습니다.

이 땅의 끌어당김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나는 수월하게 태양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빛보다도 더 빠르게 말입니다.

 

거기서,

그 영겁의 불꽃 가운데

순간 산화된다 하여도,

나는 그곳에서만

눈을 뜰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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