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엔가
나는 태양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것도 눈을 크게 뜨고요,
한동안 뚫어져라 응시했습니다.
순간
태양은 더 이상
태양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나안(裸眼)은
더 이상
조절의 능력을 상실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만 시력을 잃어버린 거지요.
바보 같은 짓이었습니다.
이제 나에게는
그 어떤 광원도 자극을 주지 못합니다.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아침이면 떠올라서
어딘가 자기의 길을 따라 열심히
움직이는 저 하늘의 태양이,
저녁이면
나를 더 외롭게 만들고
다음 날 아침을 기다리게 할 뿐입니다.
아--
나는 차라리 저 태양을 향해
달려가고만 싶습니다.
이 땅의 끌어당김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나는 수월하게 태양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빛보다도 더 빠르게 말입니다.
거기서,
그 영겁의 불꽃 가운데
순간 산화된다 하여도,
나는 그곳에서만
눈을 뜰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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