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외도동 수선사의 오른편 절벽에 설치된 조각입니다.
어쩌면 아기부처님일 수도 있는데, 나는 그냥 아기스님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저 뒤에 부처님의 석상이 육중한데,
아기스님은 작달막한 키에 오동통한 몸매로 고요하게 서 있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아서 기도하고 있군요.
두툼한 눈두덩과 우뚝한 콧날에도 불구하고, 볼살을 보니 틀림없이 아이에요.
머리는 배코를 쳐서 실핏줄이 파란색을 드러내는 듯합니다.
무슨 사연으로 출가했을까요?
저녁에 가까운 햇볕을 비껴 받도록 동자승은 꼼짝을 않고
기도합니다.
무슨 빌거리가 있는 것일까요?
고즈넉한 제주도 산사의 아기스님은
밤이 되면 남몰래 새근새근 잠이 든답니다.
낮에는 저리도 의젓하지만
꿈에서는 엄마젖을 더듬는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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