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길 원하는 글들

장돌뱅이 오븐 -전자레인지가 아조 녹여 버린당께-

써니케이 2013. 11. 18. 14:42

장돌뱅이 오븐

전자레인지가 아조 녹여 버린당께

 

김병선

 

뭣이냐, 거시기 그말허자면

여편네 맴이 쪼까 그런 때가 있잖어?

한창때는 뜨거워서 못 견디것더니만

시방은 식은밥맨치로 맛대가리가 없어지지 않았능개벼.

거기가 별지랄을 해싸도

도시 아무 반응이 없을 수도 있고 말여.

아니믄,

동지섣달에 유닥 추운 날 있지?

그냥 열 발고락과 열 손고락이

모도 다 얼어터지는 때 말여.

그런 때에, 고샅에다 내 놓은

바가지 물이 얼어붙듯이 말여,

그 여편네의 맴이라는 게

왼통 쌀쌀맞기가 도무지 말 한 마디

붙일 수 없는 지경인 때가 있다면 말여.

 

그 여편네의 맴을 몰래 끄내다가

이 네모난 상자의 한 가운데에 살포시 두어 보랑께.

그리고는 문을 살며시 닫고는

거시기 오른쪽 손잽이 있지?

그걸 웬만 돌려 버리랑게.

쪼까 시끄러울 것이지만

잠시 지둘려 봐!

그 여편네의 맴이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랑게.

근디, 냉냉하게 지낸 지가 쪼까 시간이 지났다면,

사알짝 녹인 담에 하는 것이 좋고,

아적 그리 심각허지는 않다 싶으면

쪼매만 돌려도 괜찮당께.

 

그것이 내 상자 안으로 들오기만 허면

우선 빙빙 정신 사납게 돌려대고,

내가 거시기 뭣이냐 극초단파라냐 뭣이라냐를

팍팍 뿌릴 터닝께.

그라믄 그 냉정한 맴이 말여,

거죽에서 안창까지, 이쪽에서 저쪽까지

빠짐없이 정신없이 떨 것이여.

그리고는 인자는 쬐끔씩 쬐끔씩 열리 올르다가는

지 정신이 돌아올 것이랑께.

그때여 땡 소리가 날 것이여.

그라믄, 문을 열어.

그냥 팍 열어도 되고, 조심스럽게 해도 되야.

그 거시기 말허기가 좀 뭣허지만

그 여편네가 언제 그랬냐 싶게

사근사근 헐 거여, 껄껄.

 

근디 조심허랑께.

욕심을 몽땅 내가지고, 끝까지 돌리다가는

왼통 다 다 타버려 가지고

눈 앞에 숯덩어리만 덩그라니 뇌일 것이여.

 

글고, 기억허랑께.

굳어버린, 식어버린, 얼어버린

여편네의 맴을 되돌리기 위해

금가락지로 유인허거나,

그 마음을 잡는다고

쇠사슬로 옭아매면 절대로 안 된당께.

그라믄 그냥 그 길로 황천길이여.

, 터져 버린당께.

 

(2013.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