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아, 이제 용서해 다오.
세월아,
참으로 무심하구나.
너는 어이하여 거기 머물고 있느냐?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삼다도가 아니더냐?
아니 이미 되돌아오는 길이어야 하지 않았더냐?
세월아,
이제 그 뻘에서 나오거라.
어찌 거기 자빠져 있느냐?
네가 품고 있는 그 어린것들을,
그들의 꿈과 희망을 이제는 뱉어내거라.
세월아,
그렇다. 네 잘못이 아니다.
너를 잘못 설계하고, 개조하여 무작정 끌고 나간 인간의 부주의가 문제다.
간단한 손놀림으로 너같이 엄청난 선박도 움직일 수 있다는 사람의 호언장담이 문제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지 아니한 인류의 오만이 문제다.
세월아,
부디 우리를 용서해 다오.
그 용서의 증거로 그냥 불쑥 일어나면 안 되겠느냐?
허둥대고 있는 유력자들을 그만 비웃고 이제 네 모습을 보여 다오.
진도 팽목의 자그만 항구에서
안산 단원의 적막한 학교에서
그리고 전국의 모든 상심한 땅에서
울부짖고 있는 그 처절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다오.
세 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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