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헝가리-한국 친선협회 국제컨퍼런스 토론문

써니케이 2017. 1. 10. 13:34

지난 해 11월 10일 헝가리-한국 친선협회의 국제 컨퍼런스(부다페스트)에서 행한 토론문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김병선 교수입니다.

오늘 공공정책과 민간외교를 주제로 하는 학술회의에 참여하여 토론을 맡게 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세괴 안드레아 박사님이 이러한 컨퍼런스를 조직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점과, 헝가리와 한국 사이의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서 많은 열정을 가지고 계신 점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한국문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한국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에게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학지식정보센터의 소장으로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의 편집을 책임지고 있고, 바르톡 벨라가 헝가리에서 했던 것처럼 한국의 구비문학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디지털로 편찬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학중앙연구원은 한국학 연구의 중심기관으로서, 전세계의 한국학 연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헝가리-한국 협회에서 개최한 이런 귀한 학술회의를 후원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 연구원의 원장님께서는 이번에 이 학술회의를 주최하는 헝가리-한국 협회의 회원 여러분과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 나라의 귀빈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습니다.

오늘 세괴 안드레아 박사님의 발표에 대해서는 제가 특별히 토론할 것은 없고, 토론 대신 헝가리와 한국 사이의 민간 외교와 관련하여 저의 경험을 중심으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민간 외교에 있어서, 인적 교류, 물적 교류, 문화 교류 면으로 나누어서 말씀 드립니다.

먼저 물적 교류에 대해서 말씀 드리자면, 지난 해 8월에 제가 거주하는 판교 지역에 동양에서 제일 크다는 현대백화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한국에서 생산된 물건 외에, 전세계의 좋은 물품들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많이 들어섰습니다. 거기서 저는 헝가리의 대표적인 도자기 업체, 헤렌드의 도자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백화점으로서는 하나의 모험이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헤렌드는 유럽에서는 매우 유명한 브랜드이지만, 사실 한국인들에게 매우 생소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헝가리의 물품은 이외에도 여행자들을 통해서 수입되고 있는 이노레마크렘도 있습니다만, 그 외의 물품들은 한국에서 만나기 어렵고, 구야쉬나 헐라슬레 같은 음식도 맛보기 어렵습니다. 저는 앞으로 헝가리의 공예품들이나 천연물질로 만든 의약품들이 더 소개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문화 교류에 있어서는 적지 않은 음악 연주 단체들이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데, 저는 최근에 헝가리 국립박물관의 협조로 이루어진 2014년의 헝가리 왕실의 보물전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 전시회에는 헝가리-오스트리아 연합제국 시대의 유물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그래도 헝가리의 국가적 상징인 겹십자가가 포함된 왕관도 전시되었습니다.

이런 전시회는 이벤트성의 일시적인 것이고, 보다 효과적이며 더 진지한 문화 교류의 방식은 양국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책의 출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2012년에 헝가리 남부 국경 도시인 페치에서 1년 동안의 안식년을 보냈습니다. 이때의 경험을 중심으로 헝가리 문화와 생활 형태를 소개한 헝가리에서 보물 찾기라는 책을 펴낸 일이 있습니다. 단지 1년 동안의 체류 경험으로 책을 저술한 것은, 헝가리를 한국에 소개하는 책은 단순한 여행 안내서 외에는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는 이 책 외에 ELTE의 초머 모세 교수가 지은 두 권의 책도 출판되어 있습니다. 헝가리에는 한국의 어떤 책이 번역, 출판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가능하면 제 책도 헝가리에서 출판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인적 교류에 대해서 말씀 드립니다. 사람이 오고 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상호 이해의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헝가리에는 한국인이 약 1천 명 정도가 체류하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와 한국 타이어 등 한국 기업의 주재원들이 대부분이고, 이외에 개인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국인 축구선수가 헝가리 프로리그에서 뛰기도 합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의 학생들이 헝가리에 유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안익태 선생처럼, 과거에는 서양 고전음악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헝가리를 찾았으나, 근래에는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헝가리 의대를 노크하는 사람들이 200명 이상이나 된다고 합니다.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것은 가슈파르 페렌츠라는 의사였습니다. 그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제국의 해군 군함을 타고 1890년에 인천항에 도착해서, 근처의 한국인들을 치료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헝가리는 북한의 개성시에 병원을 설립하고 의사를 파견하는 등, 의료 지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헝가리 의대를 졸업한 한국인 젊은 의사 몇 사람이 헝가리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데, 한국과 헝가리의 인적 교류가 의료 활동으로부터 시작된 것을 생각해 볼 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의 한 사람은 바로 이 자리에 참석한 닥터 김입니다. 그는 지난 해, 페치의대를 졸업하고 의료 관광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쇼프론의 한 병원에서 치과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아들은 페치의대 재학 중입니다. 제가 안식년을 페치에서 보낸 것은 바로 이 아들들과 함께 지내기 위함이기도 했고, 페치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려고도 했던 것입니다.

저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주로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에게 학위를 받은 20 여명의 졸업생들이 여러 나라에서 한국학의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매우 애석하게 생각하는 것은, 체코, 세르비아, 루마니아, 스페인과 영국에서는 학생을 받았으나, 정작 헝가리 학생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헝가리 학생이 입학한다면, 전액 장학금을 제공할 것입니다. 혹시 관심이 있는 학생이 있다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아까 말씀 드렸던 판교 현대백화점으로 다시 가보기로 합니다. 헤렌드의 도자기를 판매하는 코너에는 처음에는 불행히도 로젠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최근에 이 백화점에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드디어 로젠탈대신에 헤렌드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많은 한국인들이 겨울에는 헝가리 구스의 솜털이 들어 있는 옷을 입고 있습니다. 토카이 와인은 제법 많은 와인 전문 매장에서 최고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제가 헝가리를 다녀갈 때마다 이노레마크렘을 사다 달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몇 권이나 팔릴까 걱정했던 저의 책에 대한 인세가 두 번이나 입금되었습니다. 적어도 15백 권 이상 팔린 것입니다. 아시아나 항공은 지난여름에 서울-부다페스트 직항 노선을, 비록 전세기이지만, 운영하였습니다. 헝가리-한국협회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헝가리와 한국의 민간 외교는 도약의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헝가리-한국 협회의 활동은 이러한 민간 외교의 동력을 일으키고 있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쾨쇠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