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길을 간다.
햇빛을 맞받으며
들녘 길을 달려간다.
햇빛은 활엽수의
잎사귀를 거쳐 오면서
많이 빨개진다.
빨주노초파남보-
어떤 이름으로도
표현해 낼 줄 모르는 성의 없는 나의 시력.
눈으로는 어렴풋 보이지만,
느낌으로는 알 것도 같은,
그러한 황홀과 도취.
차 안에서는 열흘 전 사과가 뒹군다.
흔들리며 향내를 뿜는다.
사과의 부패를 누가 썩는다 하랴.
익숙한 벨소리가 울린다.
"삐리루리... 나으낙..."
안전 운전을 핑계로 받지 않는다.
김병선(2004.11)
[2004-11-27 msn 미니홈피에 올린 글]
'시(詩)이길 원하는 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장 길에 따라온 핸드폰 (0) | 2006.05.12 |
---|---|
산이 늙는 법이 있나? (0) | 2006.05.06 |
빛과 생명에 관한 에피소드 (0) | 2006.05.06 |
빈칸에 관한 짧은 생각 (0) | 2006.05.03 |
분당천의 산책로를 걸으며 (0) | 2006.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