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길 원하는 글들

가을 길

써니케이 2006. 5. 3. 16:34

가을 길을 간다.

햇빛을 맞받으며

들녘 길을 달려간다.

 

햇빛은 활엽수의

잎사귀를 거쳐 오면서

많이 빨개진다.

 

빨주노초파남보-

어떤 이름으로도

표현해 낼 줄 모르는 성의 없는 나의 시력.

 

눈으로는 어렴풋 보이지만,

느낌으로는 알 것도 같은,

그러한 황홀과 도취.

 

차 안에서는 열흘 전 사과가 뒹군다.

흔들리며 향내를 뿜는다.

사과의 부패를 누가 썩는다 하랴.

 

익숙한 벨소리가 울린다.

"삐리루리... 나으낙..."

안전 운전을 핑계로 받지 않는다.

 

김병선(2004.11)

 

[2004-11-27 msn 미니홈피에 올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