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그때, 나는
조갑지를 줍고 있었지.
기슭에 부딪는 물거품은
무지개가 되고, 나도
무지개가 되어서
조갑지에 고인 물을 손으로 받으며
바다를 줍고 있었지.
한 웅큼 손으로 안은 바다, 바다를
몇 번이나 쥐었다 펴고는
나는 다시 모래城을 쌓고 있었지.
모래성을 몇 번이나 쌓고 헐 때마다
나는 그 城의 城主가 되고
그 城主는 금새 暴君으로 변하여
밀물이 바다를 주름 잡듯
모래성을 한바탕 주름잡고 있었지.
II,
그때,
무성하던 어느 여름,
바다는 출렁이고 있었지.
다시 돌아가다 다시
되돌아와서 출렁이고 있었지.
그 출렁임은 나의 출렁임이 되고
그 출렁이는 물빛은
내 누님의 눈빛이 되고
나는 그 누님의 눈빛을 줍고 있었지.
千의 눈빛이 단 하나의 눈빛이 되는
그 님의 눈빛은 줍고 있었지.
그리고 그때,
바다가 왜 출렁이는가를
출렁여 오고, 출렁여 되돌아 가는가를
나는 지늘켜 듣고 있었지.
(19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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