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장을 가는데
핸드폰이 굳이 따라왔다.
항공료도 내지 않고
몰래 몰래 묻어왔다.
핸드폰 창에는
안테나가 한 줄도 보이질 않고
수화기 아이콘에는 / 표가 그어져 있다.
그렇다.
주파수도 맞지 않고
방식도 달라서
그것은 그냥 있을 뿐,
존재하지 못한다.
전화번호를 찾기 위해
엔드 버튼을 길게 누를 때마다
네모진 얼굴의 이
무단 월경자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애걸한다.
삐리리리 삐리리리
따라라라 따라라라
돌려 보내 달라고...
네가 잘못한 것인지
내가 무심한 것인지
확실치는 않아도
조금만 기다려라.
네가 숨을 쉴 수 있는 곳으로,
네가 있으며, 존재할 수 있는 곳으로,
곧 돌아가리라.
[2004.6 장춘공항에서 연길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시(詩)이길 원하는 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사간 강종선 씨 (0) | 2006.07.01 |
---|---|
바다 미완곡(未完曲) (0) | 2006.06.02 |
산이 늙는 법이 있나? (0) | 2006.05.06 |
빛과 생명에 관한 에피소드 (0) | 2006.05.06 |
가을 길 (0) | 2006.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