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길 원하는 글들

출장 길에 따라온 핸드폰

써니케이 2006. 5. 12. 16:49

중국 출장을 가는데

핸드폰이 굳이 따라왔다.

항공료도 내지 않고

몰래 몰래 묻어왔다.

 

핸드폰 창에는

안테나가 한 줄도 보이질 않고

수화기 아이콘에는 / 표가 그어져 있다.

 

그렇다.

주파수도 맞지 않고

방식도 달라서

그것은 그냥 있을 뿐,

존재하지 못한다.

 

전화번호를 찾기 위해

엔드 버튼을 길게 누를 때마다

네모진 얼굴의 이

무단 월경자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애걸한다.

 

삐리리리 삐리리리

따라라라 따라라라

돌려 보내 달라고...

 

네가 잘못한 것인지

내가 무심한 것인지

확실치는 않아도

 

조금만 기다려라.

네가 숨을 쉴 수 있는 곳으로,

네가 있으며, 존재할 수 있는 곳으로,

곧 돌아가리라.

 

[2004.6 장춘공항에서 연길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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