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길 원하는 글들

이사간 강종선 씨

써니케이 2006. 7. 1. 23:08

* 평소 가까이 지내던 정신과 의사 강종선 씨가 6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습니다.

  1년반 전에 대장암을 수술했는데, 그 후 경과가 좋지 않아 간과 임파에 전이되었답니다.

  의식을 잃고 겨우 호흡만 거칠게 하던 그를 강남성모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것이 그저께 저녁이었고, 어제(6월30일) 새벽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오늘(7월1일)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어제는 강종선 씨의 영혼이 떠났고,

오늘은 그의 육신마저 재가 되었습니다.

벽제 화장터에서 시간 남짓

가스불에 맡겨 그의 몸은

간단히 가닥의 뼈로 변신해 버렸습니다.

 

화장(火葬) 아니고,

승화(昇華) 아니었습니다.

그냥 깨끗한 소각(燒却) 뿐이었습니다.

조각은 20 만에 가루로 변했고,

그의 이름과 십자가가 새겨진 작은 단지에 들어가서

이내 납골당의 지번(地番) 받았습니다.

 

차례 그의 딸들과 아내의 울음이 있었지만

장례식 내내 평온했습니다.

역시 납골당의 자기 자리에서

평온하게 새로운 세계를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원래 별로 말도 없고,

말을 해도 알아들을 없는 말만 하던 사람이었기에

이상 대화를 나눌 없다고 해도

그리 아쉽지 않았습니다.

남은 자들은 그냥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들은 기회가 닿으면

그와 영혼의 대화를 나눌 수도 있겠지요.

아마 훨씬 밝고 또렷한 목소리에 깜짝 놀랄지도 모릅니다.

 

장마의 어간에 이틀 간은 빗방울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햇빛도 비취지 않았습니다.

내내 마음도 무거웠습니다.

 

김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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