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길 원하는 글들 33

살다가 음악이 필요한 때

살다가 살다가 어렵게 어렵게 선과 선을 이어가다가 그나마도 그게 끊어지는 때가 있다. 삶의 궤적이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지고 채워지는 궤짝이 있다. 걷다가 걷다가 힘들여 노력은 하지만 그 궤짝에 아무 것도 채우지 못한 채 넘어가는 수도 있다. 텅 비고, 채울 길 없는 공허가 호흡을 불안하게 하고, 영혼까지 흔들어 놓을 때가 있다. 삶의 여백이 필요하고도 소중한 것이라 해도 막상 그러한 공허에 처하면 우주라고 아무 소용이 없다. 술을 장부 깊숙이 들이부어도 채워지지 않는다. 담배 연기를 폐부 깊이 흠뻑 빨아 들여도 메워지지 않는다. 철학은 이미 무의미하고 종교도 가끔은 무력해진다. 그럴 때면 그냥 작은 음악을 기억하자. 거기 길지 않은 쉼표가 있음을 확인하자. 그렇다 아름다운 음악은 음표로 이루어지지는 못한..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시집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시집을샀습니다.가장 비싼 값을 치르고얻은 작은 책입니다. 온전히 한 사람만을 위해 바쳐진시집입니다.첫 장부터 마지막까지시어들은 온통 그 사람만을에워싸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이 시집은 그 사람으로 인하여탄생한 것 같습니다.구절과 구절에,행과 행 사이에,시인의 온갖 감정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때로는 환희에,자신의 변화에 대한 스스로의 감격에,이룰 수 없는 안타까움과기다림의 초조함이이리저리 엉켜 있습니다.좌절과 회한의 처절함도어쩌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그 어떤 감정의 굴곡에도시인은 고마워하고 있습니다.그에게 시를 선물해 주었기 때문입니다.기쁨과 슬픔의,환희와 절망의,그 진폭이 큰 만큼그의 시도, 시인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도그만큼 넓어졌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 뿐인그 ..